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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테라피스트 for 동물병원 – 향기로 진료하는 수의 보조 전문가

by 반짝달육 2025. 5. 23.

"사람보다 더 예민한 코, 개와 고양이를 위한 힐링 처방전"

 

동물병원 안에 향기전문가가 있다고요?

“병원만 가면 온몸을 떨고 짖는 강아지, 진료대만 올라가면 도망치려는 고양이. 그들의 공포를 향기로 풀어주는 사람이 바로 저희예요.” 오늘은 ' 아로마테라피스트 for 동물병원 – 향기로 진료하는 수의 보조 전문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아로마테라피스트 for 동물병원 – 향기로 진료하는 수의 보조 전문가
아로마테라피스트 for 동물병원 – 향기로 진료하는 수의 보조 전문가

 

서울 강동구의 한 동물전문 아로마테라피 센터. 이곳에서 만난 반려동물 전문 아로마테라피스트 김지은(가명) 씨는 병원과 협업하여 진료 전·후에 반려동물의 불안 완화와 정서 안정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 일을 전공한 건 아니었다. 원래는 사람 대상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하다, 반려동물의 스트레스에 관심을 갖게 되며 이 분야로 전향했다.

“사람이 병원을 무서워하듯, 동물도 병원을 공포의 공간으로 기억해요. 낯선 냄새, 찬 기계음, 긴장한 보호자의 기운까지 다 느끼죠. 특히 후각이 예민한 개들은 향 하나에 반응이 완전히 달라져요.”

실제로 동물병원에서 아로마테라피가 적용되면, 입원 중이거나 고통을 겪고 있는 동물들이 훨씬 빨리 안정을 찾고, 공격성이 줄어들며, 진료 협조도 좋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좋은 향이 동물에게도 좋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바로 ‘반려동물 아로마테라피스트’라는 전문 영역이 필요한 이유다.

 

향 하나에 담긴 치유의 과학

김 씨의 일은 단순히 향을 뿌리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수의사와 보호자, 그리고 동물의 상태를 함께 고려하여 맞춤형 향기 조합을 디자인한다.

“강아지는 라벤더 계열을 좋아하지만, 고양이에게는 위험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개 품종마다 선호 향이 달라요. 말티즈는 허브향에 민감하고, 리트리버는 약간 달큰한 향을 더 편안해하죠.”

그녀는 이를 위해 20여 종의 에센셜 오일과 10여 종의 캐리어 오일을 사용해 동물 전용 향조를 조합한다. 또한, 피부 접촉보다는 공기 확산 방식이 기본이며, 오일의 농도도 극도로 낮게 설정한다.

“한 번은 병원 입구에만 향을 바꿔뒀더니, 평소 진료실에 들어가길 거부하던 아이가 스스로 들어가더라고요. 그때 보호자 분이 울먹이며 말했죠. ‘이 아이가 자발적으로 병원에 들어온 건 처음이에요.’”

뿐만 아니라, 그녀는 수술 회복 중인 반려동물에게 상처 치유 촉진이나 수면 유도 향을 이용한 회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의 체질, 기저 질환, 복용 약물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녀는 수의사와 긴밀히 협업하며 향 사용 전후 반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편안해지는 공간을 만들다

김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반려견 ‘호야’ 때문이었다.

“호야는 구조된 유기견이었는데, 병원만 가면 공황 상태가 됐어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죠. 지금은 제 호야가 저를 이 일로 이끌어준 인생의 선생님 같아요.”

그녀는 향기 외에도 반려동물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조명, 음악, 공간 배치까지 제안한다. 어떤 병원은 아예 그녀의 조언을 바탕으로 ‘아로마 진료실’을 따로 마련했고, 보호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한다.

“사실, 향기 치료는 동물보다 보호자에게 먼저 효과가 나타나요. 불안한 보호자가 옆에 있으면 동물도 그 긴장을 느끼거든요. 향이 둘 모두를 진정시켜주는 거예요.”

국내에서 이 분야는 아직 대중적이진 않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선 이미 반려동물 웰빙 케어의 일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동물 병원 전용 아로마 제품을 개발해 수의사들과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며, 아로마테라피 교육을 받은 간호사나 훈련사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에 갔다 왔는데도, 우리 아이가 안 무서워했어요.”
이 한마디가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의 보람이라고 말하는 김 씨.

반려동물도 스트레스를 겪고, 향기 하나가 그들에게 편안한 울타리가 된다. 향은 보이지 않지만, 그 효과는 진료보다 더 깊고 오래간다.

오늘도 누군가는 향기로 반려동물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람과 동물 모두가 편안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조용히 ‘냄새의 언어’를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