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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문화재 복원가 – 바다 밑 유물을 손끝으로 되살리는 사람들

by 반짝달육 2025. 5. 23.

“수백 년을 잠들었던 시간을 꺼내는 직업” 오늘은 ' 수중 문화재 복원가 – 바다 밑 유물을 손끝으로 되살리는 사람들'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수중 문화재 복원가 – 바다 밑 유물을 손끝으로 되살리는 사람들
수중 문화재 복원가 – 바다 밑 유물을 손끝으로 되살리는 사람들

바다 속에 잠든 역사를 건져 올리다

“이 도자기는 700년 전 고려 시대 것인데, 인양 후 5년간 복원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내부 작업실. 조심스럽게 붓질을 하고 있는 사람은 수중 문화재 복원가 이현주(가명) 씨. 그녀의 책상 위에는 아직 바닷물과 흙이 스며든 채로 형태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고려청자 접시 한 점이 놓여 있다.

수중 문화재 복원가는 이름 그대로 바닷속에서 인양된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보존하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전문가다. 단순한 도자기 세척을 넘어, 물리화학적 안정화, 염분 제거, 파편 접합, 재질 분석 등 다양한 과정이 요구된다.

“육상에서 발견된 유물은 건조 상태에 익숙하지만, 수중 유물은 수백 년간 물속 환경에 적응해왔어요.
그걸 갑자기 공기 중으로 꺼내면, 내부 균열이나 염분이 팽창하면서 깨져버릴 수도 있죠.”

때문에 이현주 씨는 유물이 인양되면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건조 이전의 안정화 작업’을 진행한다. 해양 유적 복원은 고도의 인내와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손끝에서 과거가 다시 살아난다

복원 작업의 핵심은, 유물의 현재 상태를 완전히 이해하고, 어떤 ‘개입’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중 문화재 복원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재질과 구성물 분석: 도자기, 금속, 목재, 뼈 등 유물의 재료에 따라 복원 방식이 달라진다.

X-ray, CT 촬영: 내부 손상 여부나 숨겨진 구조 확인

염분 제거 및 탈수: 수중 유물은 염분이 남아 있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이 심해질 수 있다.

접합 및 결손부 복원: 떨어져 나온 조각들을 다시 연결하고, 파손된 부분은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보완

보존 처리: 재산화 방지, 곰팡이 억제, 장기 전시를 위한 특수 처리

“복원가가 마음대로 유물을 꾸며선 안 돼요. 학술적 기준에 따라 ‘있던 그대로, 있었을 법하게’ 복원하는 게 원칙이에요.”

실제로 그녀는 작업 중 수백 개 조각을 일일이 퍼즐 맞추듯 대조한 적도 있다. 때로는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 실금 하나를 발견하기 위해 고배율 현미경을 사용한다.
수개월간의 복원 끝에, 비로소 하나의 유물이 과거의 빛을 되찾게 된다.

 

물과 시간, 그리고 사람의 연결

이현주 씨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적 할아버지와 함께 본 서해 보물선 다큐멘터리였다.

“그때 바닷속에서 꺼내진 유물이 햇빛을 다시 받는 장면을 잊을 수 없었어요. 저도 언젠가, 그런 시간을 깨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그녀는 현재 국립 연구기관에 소속된 복원가로, 국내외 해양 탐사 유물의 복원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연안 무역선의 도자기 복원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며, 한국의 해양 유물 복원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복원된 유물은 대부분 국립 해양박물관, 지역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학술 연구용으로 보관된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도자기를 고치는 게 아니에요. 그 안에 담긴 시간, 거래, 사람의 흔적을 되살리는 작업이죠.”

특히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로, 고려·조선 시대의 해상 무역 흔적이 매우 풍부하다.
이렇듯 수중 문화재 복원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린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는 조용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중 유물은 말이 없다. 그러나 복원가는 그 유물에게 귀를 기울이고, 시간을 되돌린다.

바다에 잠든 역사는 단순히 발견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제대로 ‘살려내는’ 손길이 있기에, 우리는 박물관에서 옛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수중 문화재 복원가, 그들은 물의 시간을 이해하고, 조용한 손끝으로 과거를 오늘로 되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