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도시, 벌을 위한 퇴로를 만드는 일” 오늘은 ' 도심 벌집 제거 전문가 – 야경보다 무서운 밤의 꿀벌 사냥꾼'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하루에 세 번, 지붕 위로 출동합니다
“벌집이 창틀 안에 있어요. 어젯밤 아이가 쏘였어요.”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걸려온 전화. 조용한 밤의 도시, 그러나 벌집 제거 전문가에게는 하루의 시작이다.
김세운 씨(가명)는 도심 벌집 제거 전문업체에서 7년째 일하고 있는 베테랑 요원이다. 그는 하루 평균 3~4건의 현장을 다닌다. 지붕 위, 환기구, 창틀 틈, 가로수, 심지어 승강기 기계실 안까지 벌집은 생각보다 다양한 장소에 숨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낮에 벌을 더 무서워하지만, 사실 작업은 밤이 더 위험해요. 벌들이 대부분 벌집 안에 모여 있어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한 번 자극하면 떼로 공격하거든요.”
그의 장비는 마치 특수부대와도 같다.
벌 방호복
연막 분사기
열 감지 카메라
벌포획 진공기
제거 후 봉합용 실리콘과 방충망
그는 이 장비들을 챙기고, 골목을 누비며 벌집을 찾는다.
“한 번은 가로등 안에 꿀벌이 군락을 만든 적도 있어요. 빛과 열, 그리고 주변 냄새에 유인된 거죠. 벌들은 정말 똑똑하게 은신처를 고릅니다.”
제거가 아닌, 이주에 가까운 작업
벌집 제거는 말처럼 단순한 ‘제거’ 작업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되도록 벌을 죽이지 않고, 전체 군체를 안전하게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야생 꿀벌은 생태계 유지에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박멸은 오히려 도시 생태 균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김세운 씨는 가능할 경우, 포획 진공기를 사용해 벌들을 안전하게 흡입 후 자연 방사하거나, 협약된 양봉장으로 옮긴다.
그러나 스즈메벌(장수말벌)처럼 공격성이 강한 경우엔 최소한의 개체만 남기고 구조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벌은 냄새를 남깁니다. 한번 벌집이 생긴 자리는 계속해서 다른 벌이 찾아와요. 그래서 물리적 제거 후 ‘재침입 차단 작업’까지 하는 게 핵심이에요. 방충망, 실리콘 밀폐, 퇴치제 코팅 등 마무리가 제일 중요하죠.”
벌집 제거는 계절적으로도 큰 편차가 있다.
5~6월: 여왕벌이 자리를 잡고 초기 벌집 형성
7~9월: 벌 개체 수 급증, 공격성 증가
10월 이후: 꿀벌 활동 감소, 작업 감소
가장 바쁜 시기는 여름이다. 특히 야외 카페, 놀이터, 학교, 병원 인근은 신고 빈도가 높다.
두려움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일
김세운 씨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그 무서운 일을 왜 하냐”였다.
그러나 그에게 이 일은 단순한 제거가 아니라, 사람과 벌 모두의 안전을 위한 조율이라고 말한다.
“벌이 무조건 해로운 건 아니에요. 단지 공간을 나누는 방식이 미숙했을 뿐이죠. 저희가 하는 일은, 위험이 되는 공간에서 벌을 치워주는 동시에,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벌에 쏘인 횟수만 수십 차례다. 방호복 안으로 벌이 들어오거나, 고온의 날씨로 보호 장비 착용이 느슨해졌을 때 사고가 발생한다.
그래도 그는 이 일이 가장 현실적인 생태 보호 활동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도심 생태 전문가와 협업해, 벌집 발생 데이터를 축적하고, 고위험 지역 예측 모델을 만드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벌집이 자주 생기는 건축 구조나, 조명 타입, 꽃 식재 방식 등도 개선되고 있다.
“한 번은 아이들이 놀던 놀이터에서 벌집을 제거했는데, 그 아이가 다음 날 ‘벌도 살려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많이 울컥했죠.”
우리가 도시에서 느끼는 안전은, 누군가의 조용한 작업 위에 세워진다.
벌집 제거 전문가는 단순히 ‘벌을 쫓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공간을 나누고, 생명을 이주시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도시의 질서를 지키는 조율자다.
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거리. 그 거리를 만드는 이들이, 야경 속에서 오늘도 벌들과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