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지막을 가장 조용하게, 가장 정중하게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 화장장 유골 수습 전문가 – 마지막 흔적을 책임지는 사람들'에 대해 써 보려고 합니다.
불꽃 이후, 남은 것을 마주하는 일
"유골은 그냥 재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이죠."
서울 근교의 한 대형 화장장. 조용한 회색 공간 속에서, 수트와 방열복을 겸비한 한 사람이 불을 통과한 유골을 정리하고 있다.
이름은 정승우(가명). 그는 10년 차 유골 수습 전문가다.
화장장이 흔히 떠올리는 ‘장례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정리의 시작이라는 걸 처음 깨달은 것도 이 일을 하면서였다.
"화장이 끝난 뒤, 남은 건 재와 유골입니다.
그걸 한 줌의 유골함으로 옮기기까지, 상상보다 훨씬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칩니다."
정 씨의 하루는 화장로의 온도 조정, 유골의 냉각 대기, 분리 및 수습 작업으로 구성된다.
그는 유골 수습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시선으로, 고인의 흔적을 마무리한다.
"어깨뼈와 엉덩이뼈는 유골 중에서도 가장 오랜 형태를 유지해요.
그걸 조심스럽게 주워 담을 때면, 항상 그 사람의 생전 모습을 상상하게 돼요."
가장 조용한 곳에서 지켜지는 존엄
유골 수습 전문가의 작업은 물리적 수습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가족이 직접 수습하지 못하는 경우, 그들의 손 대신해 마지막 예를 갖춰 유골을 담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항상 마음을 다합니다."
수습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른다.
화장이 완료된 유골 냉각 대기 (약 1~2시간)
금속류 및 이물질 선별 제거 (임플란트, 틀니, 인공관절 등)
유골 상태 확인 및 부위별 정리
수습 전 전체 유골 설명 및 정중한 수습 작업
함에 옮긴 뒤 봉인 및 명단 확인
정승우 씨는 하루 평균 7~10구의 유골을 수습한다. 때로는 아이의 유골, 갑작스런 사고로 형체가 불분명한 유골도 맡는다.
"신체 일부가 불완전하게 남은 경우에는, 그 어떤 유골보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요.
특히 유족이 보고 갈 수 있도록 요청한 경우엔, 그 장면이 더 오래 남습니다."
무게 없는 것의 무게를 느끼는 사람들
화장장에서의 일은 고되다. 뜨거운 화장로 앞, 유골 분진에 노출된 공간, 감정 노동이 혼재된 하루.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 일을 ‘천직’이라 부른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뒷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요.
그게 내 몫이라는 게, 가끔은 뿌듯해요."
그가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한 독거노인의 유골을 수습했던 날이었다.
"직계 가족도, 지인도 없이 홀로 화장된 어르신이었어요.
담담히 유골을 수습하고 있는데, 이름표 한 장이 덜컥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그 순간, ‘이 이름은 내가 기억하겠다’고 혼잣말을 했어요."
정승우 씨는 자신의 일이 ‘죽음을 다루는 직업’이지만, 결국은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까지 사람이 존엄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자기 일을 다한다.
화장장은 삶의 끝이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의 시작이다.
그곳에서 유골을 수습하는 이들은, 불꽃 이후에도 존엄을 지키는 손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누구보다 정중하게.
유골 수습 전문가는 ‘사람을 마주하는 마지막 사람’이자, 누군가의 삶이 잊히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조용한 기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