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끝난 후에도, 누군가는 남아 정리를 합니다” 오늘은 ' 범죄현장 청소 전문가 – 피와 기억을 지우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경찰이 떠난 뒤, 우리가 들어갑니다
“사건이 끝났다고요? 아니요, 그때부터 우리 일이 시작됩니다.”
범죄현장 청소 전문가, 또는 전문 용어로 ‘생물학적 위해물질 처리업 종사자’라고 불리는 이 직업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직업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고 활동 중인 사람들이다.
오늘 인터뷰한 박지헌 씨(가명)는 5년 차 범죄현장 청소 전문가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흔히 말하는 ‘강력사건’ 현장, 자살, 고독사, 변사체 발견 등 경찰과 소방, 검시관들이 떠난 뒤…
그 현장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제 일이에요.”
그가 맡은 현장은 피와 체액, 내장물, 벌레, 심지어 벽과 바닥을 뚫은 냄새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은 현장 정리뿐 아니라 위험 물질 제거, 살균, 소독, 복구까지 포함된다.
“단순히 청소하는 게 아닙니다. 유족이 그 공간에 다시 발 디딜 수 있도록,
혹은 건물주가 새로 임대를 줄 수 있도록, 심리적 장벽까지 치우는 일이죠.”
피보다 무서운 건 사람들의 무관심
박지헌 씨는 이 일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놀랐던 건, 현장보다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고 말한다.
“처음엔 다들 이 일을 ‘더럽다’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사람 하나 죽었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 그 사실이더라고요.”
그가 가장 많이 접하는 현장은 고독사와 극단적 선택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발견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심각한 부패와 악취가 발생하며
청소만 해도 며칠이 걸릴 수 있다.
“냄새는 세제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아요.
며칠을 씻어도 손에 밴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요. 하지만 그걸 우리가 아니면 누가 치우겠어요?”
박 씨는 모든 현장을 비인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수습 전에 잠깐의 묵념을 하고, 유족이 요청한 물건은 소중히 정리해 전달한다.
“사진 한 장, 손때 묻은 컵 하나도 가족에겐 유일한 유산이니까요.”
이 일은 종종 감정적인 부담도 따른다.
그는 말한다.
“피보다 무거운 건 남은 사람들의 죄책감이에요.
‘왜 그땐 전화를 못 받았을까’, ‘왜 혼자 두었을까’ 같은 말들을 수없이 들었죠.”
잔혹한 기억도, 누군가는 치워야 한다
범죄현장 청소는 겉보기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일이기도 하다.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 위험, 해충 방제, 화학 약품 처리, 유해 폐기물 관리 등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호장구 없으면 10분도 못 들어가요.
무더운 여름, 방독면과 방진복을 입고 일하면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해요.”
그는 이 일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한 가족의 비극을 떠올렸다.
부부싸움 끝에 발생한 살인 사건. 어린 자녀는 작은방에서 모든 걸 들은 채 혼자 남았고, 이후 아동복지센터에 맡겨졌다고 했다.
“그날 그 방에 남겨진 작은 구슬 상자를 봤어요.
조용히 손으로 닦다가, 제가 울었죠. 이건 그냥 청소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럼에도 그는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잊히는 걸 막기 위해 일해요.
죽음을 미화하진 않지만, 그 사람이 마지막에 얼마나 존중받았는지는 기억되게 하고 싶어요.”
이 일은 사람이 피한 자리를 다시 사람의 공간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외로운 일을, 그들은 묵묵히 해낸다.
범죄현장 청소 전문가는 잔혹한 기억을 치우는 사람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의 삶이 끝났다는 사실을 가장 조심스럽게 정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마지막이 ‘처리’가 아니라 ‘정리’로 남도록.
그들은 여전히 조용히, 그러나 깊게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