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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 죽음을 아름답게 보내는 사람의 이야기

by 반짝달육 2025. 5. 17.

사람은 모두 생의 마지막에 죽음의 과정을 겪는다. 오늘은 '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 죽음을 아름답게 보내는 사람의 이야기' 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 죽음을 아름답게 보내는 사람의 이야기
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 죽음을 아름답게 보내는 사람의 이야기

생의 마지막 얼굴을 책임지는 사람들

‘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혹은 ‘복원사’라는 직업을 처음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섬뜩함? 궁금증? 경외심?

나는 솔직히 말해 처음엔 두려움이 앞섰다. 죽음을 직면하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일을 선택한 사람의 마음과 철학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실제 업무 현장을 체험할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분은 경력 12년 차의 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세연(가명) 씨였다. 그는 평범한 미용학과 출신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장례업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장례식장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복원과 메이크업 작업을 맡고 있다고 했다.

“이 일은 죽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에요. 산 사람을 위한 거죠. 살아 있는 가족들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낼 때,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했다. 이건 단순한 화장이 아니라, ‘작별 인사의 예술’이었다.

 

시신 메이크업, 그날의 현장

체험은 생각보다 훨씬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장례식장 한 켠의 준비실로 들어갔고, 이미 체온을 잃은 한 분이 침대에 조용히 누워 계셨다. 유가족의 동의를 받고 촬영과 메모는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그분은 사고로 안면 일부에 손상이 있었고, 박 씨의 주요 업무는 이를 최대한 복원하는 일이었다.

그는 먼저 고인의 피부 상태를 천천히 살펴보며 손상 부위를 분석했다. 내가 단순히 ‘화장’이라고 생각했던 작업은 의학, 미용, 심리적 배려가 총망라된 ‘복원 기술’이었다.

“상처 부위에는 왁스를 사용해서 표면을 메꾸고, 그 위에 유사한 피부 톤의 색소를 덧바릅니다. 실제 사람의 피부 색은 한 가지가 아니거든요. 붉은기, 노란기, 푸른기까지 다 섞여 있어요.”

그는 말을 하면서도 마치 조각가처럼 집중했다. 각도, 광택, 질감까지 세밀하게 조절하며 고인의 얼굴을 천천히 본래 모습으로 되돌려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고 피해자’라는 인식은 사라지고, 마치 평화롭게 잠든 한 사람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옆에서 지켜보던 유가족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이렇게 다시 보니까... 너무 다행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 말에 박 씨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늘 그렇듯, 소리 없이 이별을 돕는 사람이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이 직업의 의미

“이 일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줘요. 오히려 생을 더 귀하게 느끼게 하죠.”

박 씨는 직업에 대한 가장 큰 변화는 삶의 태도라고 말했다. 매일 죽음을 접하지만, 그로 인해 삶을 훨씬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물론 힘든 순간도 많다. 특히 어린아이의 시신을 다뤄야 할 때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일 자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감정을 억제하고 집중하려 해도 눈물이 나올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리고 나는 그 누군가가 될 수 있어서 감사해요.”

나는 그날 이후로 이 직업을 단순히 ‘특이한 직업’이라 생각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 그 마지막 장면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주는 사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조용히 빛나는 손길.

그는 분명, 죽음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니라 기억의 예술가였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작별을 맞이한다. 그때 누군가가 따뜻한 손길로 나를 단장해준다면, 그보다 감사한 일이 또 있을까. 시신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 이름 뒤엔 고요하고도 깊은 존엄이 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