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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언장 설계사 – 죽음 이후의 온라인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

by 반짝달육 2025. 5. 25.

당신이 떠난 뒤에도, 로그아웃되지 않는 삶이 있습니다. 오늘은 ' 디지털 유언장 설계사 – 죽음 이후의 온라인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디지털 유언장 설계사 – 죽음 이후의 온라인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
디지털 유언장 설계사 – 죽음 이후의 온라인 삶을 설계하는 사람들

사망 후에도 남는 계정들, 누가 정리하나요?

고인이 된 친구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마다 생일 알림을 띄운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부모님의 메일함에는 아직도 광고가 오고,
암호를 알 수 없는 클라우드에는 수백 장의 가족 사진이 남아 있다.

이런 디지털 유산은 이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의 삶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사망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로그인된 죽음’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이때 필요한 사람이 디지털 유언장 설계사다.
오늘 만난 이현우 씨(가명)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공인 디지털 유언장 설계사로,
온라인 자산과 개인정보, 계정 접근 등을 사망 전 미리 정리하고 설계해주는 전문가다.

“과거엔 유산이 땅,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구글 계정, NFT, 암호화폐 지갑이 자산인 시대입니다.
그걸 남기지 않으면, 가족도 접근할 수 없고
어쩌면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수 있어요.”

 

로그인, 백업, 삭제 – 죽음을 위한 디지털 메뉴얼

디지털 유언장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고객의 디지털 자산 목록을 정리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다. 이메일, SNS,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애플 아이디, 카카오톡, 클라우드 계정, 암호화폐 지갑, 도메인 주소, 심지어 온라인 게임 계정까지.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곳에 로그인되어 있는지조차 몰라요.
죽은 뒤 가족들이 그걸 전혀 못 찾는 경우가 많죠.”

이현우 씨는 디지털 유언장을 만드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디지털 자산 식별: 고객이 사용하는 모든 온라인 플랫폼과 로그인 자산 파악

전달 방식 설계: 사망 시점 이후 특정인에게만 비밀번호 및 접근 권한을 자동 전달할 방식 구축

삭제/보존 결정: 어떤 계정은 삭제하고, 어떤 것은 영구 보관 또는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지 선택

법률적 장치와 연동: 종이 유언장과 연결하여 법적 효력 확보

그는 말한다.

“아이폰 잠금만 못 푸는 경우도 많아요.
본인 생전에 아이클라우드 로그인을 정리하지 않으면,
가족이라도 손 쓸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 분야는 아직도 법적으로 불확실한 영역이 많지만,
설계사는 IT와 법률, 심리 상담까지 넘나드는 전문가로서
사람이 죽은 후에도 ‘남은 것’을 책임지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

놀랍게도 디지털 유언장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30대 중반의 암호화폐 투자자,
40대 1인 크리에이터,
50대 이상의 사진 애호가들까지,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남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이현우 씨는 말한다.

“가족에게 주고 싶은 동영상,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
심지어 특정 계정은 누구에게 넘기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있어요.”

디지털 유언장에는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담긴다.
그는 종종 고객이 남긴 메시지를 미리 보관하고,
사망 후 가족에게 전달할 때 그 감정의 무게를 실감한다고 했다.

“어떤 아버지는 암 투병 중에 가족에게 동영상 메시지를 남기셨어요.
딸의 생일마다 자동으로 메일을 보내달라는 설정도 있었죠.
그걸 전달할 때, 울지 않기 정말 힘들었어요.”

그는 이 일을 ‘디지털 장례지도사’에 가깝다고 말한다.
죽음을 준비하지만, 실은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남긴 로그인 하나하나, 게시물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의 흔적이 된다.

그걸 누군가는 정리해야 하고,
어떤 사람은 그걸 생전에 스스로 정리하길 원한다.

디지털 유언장 설계사는 죽음 이후까지 책임지는,
미래 사회의 조용한 안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