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상극인 물 속에서 불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수중 용접사 – 심해 속에서 불꽃을 피우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물속에서 불을 지핀다는 것
수중 용접사. 이 생소한 직업은 단어부터가 모순처럼 들린다. '불과 물'은 어울리지 않는 단짝인데, 이 둘을 동시에 다루는 직업이라니.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수중 용접은 현대 산업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고난도 전문 기술 중 하나다.
보통 바닷속 구조물이나 선박, 해양 플랜트의 유지·보수, 사고 수습 등에서 활약한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해양 다큐나 구조작전에서 ‘잠수부’로만 인식했던 사람들 중 다수는 수중 용접 기술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수중 용접은 단순히 ‘용접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먼저 산소 공급이 제한된 고압의 물속에서 침착하게 작업할 수 있는 다이버 자격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육상보다 훨씬 복잡한 장비와 전기적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고난도 용접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한 수중 용접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수중에서는 시야가 흐릿하고 손끝 감각으로만 용접을 해야 해요. 정신적으로 굉장히 집중해야 하죠. 무게추를 달고 잠수복 입은 채 몸을 고정시키는 것도 기술이에요.”라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한계를 시험받는 직업인 셈이다.
고연봉? 생명을 건 선택
수중 용접사라는 직업이 알려진 계기 중 하나는 ‘고연봉’이라는 타이틀 덕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1년에 수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이면엔 무시할 수 없는 생명의 리스크가 있다.
작업 중 감압병, 장비 오작동, 기상 악화로 인한 조난, 심지어 전기 쇼크까지 – 모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한 번은 수심 20m에서 선체 수리 중인데, 예상보다 조류가 강해져서 작업을 중단했어요. 그런 판단이 생명을 살리는 거죠. 무리하면 안 돼요.”
그는 인터뷰 내내 ‘판단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중 용접사는 일당이 높고 스포트라이트도 받지만, 실제론 극도로 위험을 통제하는 지능형 직업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선 이 직업을 위한 정식 교육기관과 경로가 점차 정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군 해군 출신이 많았지만, 최근엔 민간 잠수사 훈련기관에서도 수중 용접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체력만으로는 버틸 수 없어요. 심리적 안정감, 정확한 감각, 그리고 침착한 멘탈이 진짜 실력입니다.”
바다 아래의 외로운 전문가들
이들은 누구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일한다. 수면 아래 깊숙한 곳,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누군가는 철판을 붙이고, 균열을 메우고, 구조물을 세운다. 그리고 그들이 나와야 작업은 끝난다.
수중 용접사라는 직업은 ‘대체 불가능한 직무’를 수행하는 이 시대의 숨은 전문가다. 그들의 작업 하나하나가 항만, 선박, 발전소, 해양 산업 전반의 생명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잘 몰라도 괜찮아요. 대신, 우리가 만든 구조물 위에서 누군가가 안전하게 걸어가고, 배가 무사히 운항하면 그걸로 충분하죠.”
그의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남았다.
이 글을 통해 누군가 이 직업을 조금 더 존중하게 된다면, 바닷속에서 묵묵히 불꽃을 피우는 이들에게 작은 응원이 되리라 믿는다.
수중 용접사는 ‘깊은 바다의 소방관’이자 ‘무중력 공간의 정비사’다. 위험을 품고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존재.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안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