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교도소 심리 상담사 – 철창 안의 마음을 돌보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법으로는 구속할 수 없는 것들
“사람은 수감되지만, 마음까지 가둘 수는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필요하죠.”
교도소 심리 상담사 김정은(가명) 씨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국내 여러 교정 시설을 돌며 수용자들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 상담해온 베테랑 상담사다. 교도소 안에서 ‘심리 상담’이라니,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직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실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도소는 단순히 '죄인을 가두는 곳'이 아니다. 이상적으로는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공간’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죄를 저지르게 된 내면의 문제, 트라우마, 중독, 인격장애 등의 심리적 원인을 파악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수다.
상담사는 범죄자와 마주 앉는다. 언어적 폭력을 일삼는 수감자부터, 자기 해를 시도한 사람, 심각한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이들까지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무섭지 않냐'고 물어요. 근데 그들은 제가 유일하게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상대이기도 해요. 제 말 한 마디에 눈물 흘리는 경우도 많고요.”
상담실은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녹음 장치 하나만 놓인 공간이다. 그곳에서 나눈 대화들은 종종 수용자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상담이라는 이름의 재판
김 상담사는 말한다. “우리는 판사가 아니지만,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유일한 존재일 수도 있어요.”
교도소 심리 상담사는 단순한 감정 조절 코칭이 아니다. 심리 평가, 재범 위험도 진단, 자살 가능성 파악, 중독 프로그램 운영, 집단 치료 등 매우 다양한 임무를 맡는다. 심지어 형 집행 여부나 가석방 심사에도 상담 결과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정신병리 검사도 하고, 성격장애 여부도 봐야 해요. 자해 성향이 있는 사람은 더 자주 만나야 하고요. 위험도 높은 수용자에겐 감정적인 접근보단 구조화된 기법이 중요하죠.”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정식 진료를 받아본 적 없는 이들이다. 가정 폭력 피해자였던 남성 수감자, 학대 속에서 자란 여성 수감자,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방치된 사람들까지… 상담사는 그 ‘상처’에 접근한다. 때로는 상담사가 처음으로 그들의 고통을 ‘정상적인 언어’로 풀어주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상담 중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죠. ‘이런 얘기 해본 적 없어요’라고요. 그럴 때 이 일이 보람 있어요.”
물론, 상담사는 상담 대상자에게 감정적으로 휘둘려선 안 된다. 신뢰는 주되, 선을 분명히 긋는 것. 때로는 상담사가 죄책감, 분노, 무력감을 안고 집에 돌아가는 날도 있다.
철창보다 무거운 벽을 넘다
교도소 심리 상담사의 일은 고립된 현장에서 이루어지며, 사회와의 연결이 적다. 그만큼 정서적 고립감이나 소진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동료 상담사 중엔 이 일을 오래 하지 못하고 떠나는 분도 많아요. 감정적 부담이 클 뿐 아니라, 상담 자체가 교도행정의 중심이 아니기 때문에 제도적 한계도 크거든요.”
하지만 김 상담사는 말했다. “누군가를 단죄하는 데 쓰인 철창이, 회복을 위한 창문이 되기도 해요. 그게 상담이 가진 힘이에요.”
그는 실제로 자신의 상담을 통해 자살 시도를 멈추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수감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출소 후 편지를 보내왔어요. ‘선생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저를 믿어줬어요’라고.”
상담은 때로 교도소라는 ‘절망의 끝’에서 유일하게 ‘희망’이란 단어를 꺼내게 만든다. 수감자에게도, 상담사에게도.
교도소 심리 상담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뉴스에도, 영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매일 죄와 상처 사이에서, 인간을 붙잡고 있다. 이 직업은 ‘용서’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해’와 ‘회복’의 가능성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