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8

법의곤충학자 – 죽음의 현장에서 벌레를 만나다 “시체는 거짓말을 해도, 벌레는 하지 않는다”죽음을 밝히는 가장 작은 목격자가 있다. 오늘은 ' 법의곤충학자 – 죽음의 현장에서 벌레를 만나다'를 말씀드리려고 한다.“시체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파리 한 마리가, 죽음의 시점을 정확히 말해줄 수 있어요.”영화나 드라마 속 범죄 현장에서 흔히 보는 장면은 시체 위로 날아다니는 벌레들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혐오의 이미지’로 받아들이지만, 법의곤충학자(Forensic Entomologist)에겐 그것이 증거다.벌레는 냄새와 온도, 부패 과정에 따라 정해진 순서로 시체에 도착한다. 그 순서를 정확히 분석하면 사망 시점, 장소, 이동 여부, 은폐 정황까지도 알 수 있다.나는 법의곤충학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세원 박사(가명)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지.. 2025. 5. 22.
테마장례 디자이너 – 죽음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고인을 위한 마지막 무대를 연출하는 직업이 있다. 오늘은 ' 테마장례 디자이너 – 죽음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삶의 마지막 장면, 그 의미를 설계하다“그분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건, 고요한 숲과 클래식 음악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장례식장을 숲처럼 꾸미고, 쇼팽의 ‘이별의 곡’을 라이브로 연주했죠.”장례식 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이미지는 어두운 조명, 검은 옷, 조용한 추모의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전통적인 장례에서 벗어나 고인의 삶과 취향을 반영한 ‘테마 장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테마장례 디자이너다.나는 분당에 위치한 한 프리미엄 장례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는 이연화(가명) 씨를 만났다. 그녀는 10년 넘게 고인의 마지막 여정을 기획해 온 .. 2025. 5. 20.
우편물 검열관 – 누구도 읽지 말라 했지만 누군가는 읽어야 했다 봉인된 편지 속 위험을 먼저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우편물 검열관 – 누구도 읽지 말라 했지만 누군가는 읽어야 했다'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세계를 떠도는 작은 위험을 마주하다“편지는 감정을 담기도 하지만, 위험을 숨기기도 해요.”우편물 검열관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쓴 편지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국가 안보, 범죄 단서, 불법 물품이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나는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 센터에서 근무 중인 보안직원 이정훈(가명) 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곳은 매일 전 세계에서 수천 건의 우편물이 도착하고, 그중 일부는 특이 발신처, 의심스러운 형식, 특정 키워드 때문에 정밀 검열 대상으로 분류된다.“대부분은 평범한 소포예요. 하지만 그 0.1%.. 2025. 5. 19.
음식 조각가 – 칼끝에서 피어나는 식재료의 예술 먹는 것을 넘어 감탄하게 만드는 직업이 있다. 오늘은 '음식 조각가 – 칼끝에서 피어나는 식재료의 예술'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채소와 과일에 혼을 새기는 사람“칼 하나면 모든 재료가 살아나요. 무가 국물 재료로만 쓰이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푸드 카빙(Food Carving). 말 그대로 음식에 조각을 새기는 예술이다. 수박에 섬세한 꽃무늬를 조각하고, 당근을 잎사귀 모양으로 다듬고, 무로 백호를 새기는 작업. 나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연회장 전속 음식 조각가 김도형(가명) 씨를 만났다.그가 처음 보여준 것은 무로 만든 연꽃이었다. 부드럽게 퍼지는 꽃잎 하나하나가 고운 결을 품고 있었고, 가운데는 얇게 깎은 당근으로 수술을 표현했다.“이거 하나 만드는데 1시간 반 걸렸어요. 무가 너무 잘 부.. 2025. 5. 19.
전통 인형 복원가 –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는 손길 낡고 닳은 인형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전통 인형 복원가 –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는 손길'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낡은 인형에 담긴 시간의 이야기“이 인형은 70년 전 아이가 생일 선물로 받았대요. 지금은 주름진 손을 가진 그 아이가 다시 저를 찾아왔죠.”서울 인사동의 작은 복원 공방. 벽에는 오래된 나무 인형, 자수 인형, 한지로 만들어진 탈 인형, 심지어 일제강점기 유물로 분류된 일본식 곰 인형까지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전통 인형 복원가 박진화(가명) 씨는 20년 넘게 수명을 다한 인형을 다시 살려내는 일을 해왔다.인형 복원은 단순한 수선이 아니다. 특히 전통 인형의 경우, 문화적 가치와 정서적 연결감이 매우 크다. 어떤 인형은 대를 물려 소중히 간직되어 .. 2025. 5. 19.
동물 부검 전문가 – 죽은 동물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 생명의 끝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직업이 있다. 오늘은 '동물 부검 전문가 – 죽은 동물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한다.생명이 떠난 자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죽은 동물은 말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그 이야기를 대신 찾아야 해요.”동물 부검 전문가, 정확히는 수의 법의학자라 불리는 이 직업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동물 병원에서는 아픈 동물을 치료하지만, 이들은 이미 죽은 동물의 사인을 밝혀내는 일을 한다.나는 국내 한 수의대 법의학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윤진수(가명) 수의사와 인터뷰를 나눴다.그는 실험복을 입고, 해부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작은 동물의 사체를 올려놓았다. 냉장 보관된 동물의 몸은 조용했고, 윤 씨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친구는 보호자가 계속된 경련으로 병원에 .. 2025.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