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2 전통 인형 복원가 –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는 손길 낡고 닳은 인형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전통 인형 복원가 –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는 손길'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낡은 인형에 담긴 시간의 이야기“이 인형은 70년 전 아이가 생일 선물로 받았대요. 지금은 주름진 손을 가진 그 아이가 다시 저를 찾아왔죠.”서울 인사동의 작은 복원 공방. 벽에는 오래된 나무 인형, 자수 인형, 한지로 만들어진 탈 인형, 심지어 일제강점기 유물로 분류된 일본식 곰 인형까지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전통 인형 복원가 박진화(가명) 씨는 20년 넘게 수명을 다한 인형을 다시 살려내는 일을 해왔다.인형 복원은 단순한 수선이 아니다. 특히 전통 인형의 경우, 문화적 가치와 정서적 연결감이 매우 크다. 어떤 인형은 대를 물려 소중히 간직되어 .. 2025. 5. 19. 동물 부검 전문가 – 죽은 동물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 생명의 끝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직업이 있다. 오늘은 '동물 부검 전문가 – 죽은 동물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한다.생명이 떠난 자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죽은 동물은 말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그 이야기를 대신 찾아야 해요.”동물 부검 전문가, 정확히는 수의 법의학자라 불리는 이 직업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동물 병원에서는 아픈 동물을 치료하지만, 이들은 이미 죽은 동물의 사인을 밝혀내는 일을 한다.나는 국내 한 수의대 법의학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윤진수(가명) 수의사와 인터뷰를 나눴다.그는 실험복을 입고, 해부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작은 동물의 사체를 올려놓았다. 냉장 보관된 동물의 몸은 조용했고, 윤 씨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친구는 보호자가 계속된 경련으로 병원에 .. 2025. 5. 18. 조향사 – 보이지 않는 감정을 디자인하는 사람 향으로 사람의 기억을 설계하는 기술자가 있다. 오늘은 '조향사 – 보이지 않는 감정을 디자인하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냄새의 언어를 아는 사람“사람들은 보통 향기를 ‘기억’으로 느끼죠. 우리는 그 기억을 설계합니다.”조향사, 영어로는 ‘Perfumer’, 불어로는 ‘Nez(코)’. 이 직업은 이름 그대로 향을 맡고 조합하는 사람, 냄새로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다. 나는 서울의 한 조향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세윤(가명) 조향사를 만나 그의 작업실을 직접 둘러보았다.조향사의 작업실은 그야말로 ‘후각의 실험실’이었다. 벽에는 수백 개의 작은 유리병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각 병에는 라벤더, 머스크, 베르가못, 파촐리 같은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지금 여기만 해도 300여 가지 향료가 있어요. .. 2025. 5. 18. 교도소 심리 상담사 – 철창 안의 마음을 돌보는 사람들 '죄'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교도소 심리 상담사 – 철창 안의 마음을 돌보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법으로는 구속할 수 없는 것들“사람은 수감되지만, 마음까지 가둘 수는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필요하죠.”교도소 심리 상담사 김정은(가명) 씨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국내 여러 교정 시설을 돌며 수용자들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고, 상담해온 베테랑 상담사다. 교도소 안에서 ‘심리 상담’이라니,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그러나 이 직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실제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교도소는 단순히 '죄인을 가두는 곳'이 아니다. 이상적으로는 ‘사회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공간’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죄를 저지르게 된 내면의 문.. 2025. 5. 18. 영화 소품 복원가 – 시간 속 영화의 기억을 되살리는 사람들 스크린 밖에서 필름 안을 지키는 직업이 있다. 오늘은 '영화 소품 복원가 – 시간 속 영화의 기억을 되살리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영화는 끝났지만, 소품은 살아 있다“영화가 끝나도, 소품은 사라지지 않아요.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에요.”나는 서울 외곽의 한 영화 소품 보존실에서 영화 소품 복원가 이다영(가명) 씨를 만났다. 그녀는 17년간 영화 및 방송 촬영에서 사용된 소품들을 수집하고, 복원하고, 다시 숨을 불어넣는 일을 해왔다.‘소품 복원’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직업은 영화의 예술성과 역사성을 보존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다.촬영장에서 수없이 사용된 물건들 – 찢어진 의상, 색 바랜 간판, 깨진 소품들. 일반인이라면 그냥 폐기했을 그 물건들이, 복원가의 .. 2025. 5. 17. 수중 용접사 – 심해 속에서 불꽃을 피우는 사람들 불과 상극인 물 속에서 불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은 '수중 용접사 – 심해 속에서 불꽃을 피우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다.물속에서 불을 지핀다는 것수중 용접사. 이 생소한 직업은 단어부터가 모순처럼 들린다. '불과 물'은 어울리지 않는 단짝인데, 이 둘을 동시에 다루는 직업이라니.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수중 용접은 현대 산업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고난도 전문 기술 중 하나다.보통 바닷속 구조물이나 선박, 해양 플랜트의 유지·보수, 사고 수습 등에서 활약한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해양 다큐나 구조작전에서 ‘잠수부’로만 인식했던 사람들 중 다수는 수중 용접 기술을 갖춘 전문가들이다.수중 용접은 단순히 ‘용접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먼저 산소 공급이 제한된 고압의.. 2025. 5. 17. 이전 1 2 3 4 5 6 다음